어른 VS 성인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어른의 뜻은'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나옵니다.
성인은 '자라서 어른이 된 사람. 보통 만 19세 이상의 남녀를 이른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요.
전 각 단어의 정의에서 두 번째 부분에 좀 더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즉, 어른은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성인은 '보통 19세 이상의 남녀'라는 뜻으로 말이죠.
제가 보기엔 이렇습니다.
성인은 일단 만 19세 이상, 흔히 말해 20살이 되면 자동으로 달게 되는 명찰 같은 것입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자격이나 능력에 상관없이, 일단 20살이 넘으면 우리 사회에선 성인이란 명칭을 붙여주죠.
그리고 그 '성인'이 되면 흔히 이제 부모 허락을 구하거나, 눈치 보지 않고 술, 담배를 구매해서 마시거나 피우고,
맘대로 이성교제를 하고, 외박 및 기타 등등도 가능하죠.
우리나라에서 성인은, 적어도 제가 느끼기엔, 이런 느낌이 강한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20살 이전까지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오직 두 가지 프레임 안에 갇혀 삽니다.
첫 번째는 '공부', 즉, '좋은 대학교'라는 틀이죠.
청소년기에 이뤄지고 있는 교육의 대부분은 바로 이 '좋은 대학교'를 위한 것이죠.
누가 뭐라고 해도 결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 첫 번째 목표를 위한 틀,
다시 말해, '하지 마라, 하지 마라, 안된다, 대학교 들어갈 때까지만 참아라'라는 프레임이죠.
거의 모든 학부모와 학생들은 이 프레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죠.
사정이 그렇다보니, 청소년들이 20살이 되는 순간, 그들은 '자유'를 얻게되는 것입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자유'란 위에선 말한, 이젠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과 일치하죠.
슬프지만 현재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성인의 개념은 사전적 의미와 다릅니다.
20살만 넘으면 자동으로 생기는 '명칭으로써의 성인'이 아니라,
적어도 이젠 '부모의 보살핌 밖으로 걸어 나갈 수 있는 사람'
즉, 20살이 넘으면 이젠 부모님의 보살핌으로부터 '독립'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사정상 독립이 어려우면, 혹은 부모님과 같이 살 이유가 충분하다면,
부모님 집에 얹혀 사는 것에 대한 생활비와 월세를 지불해야 한다!
독립해서 혼자 사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혼자 나가서 살게 되면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소위 말해 '현실'을 제대로 경험하게 되죠.
야생 그 자체가 아니던가요? '사회생활'이란???
숨만 쉬어도 매달 기본적으로 나가는 월세니 생활 비니...
결코 만만치 않은 고정비용으로 인해, 온실 밖 삶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거죠.
즉, 자기 앞가림은 이제 자기가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하는 상태.
이 상태를 유지할 때 비로소 성인의 범주에 속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이와 비교해서 '어른'의 개념은 어떨까요?
흔히 우리나라에선 유교의 영향이 아직도 많이 남은 탓인지,
'어른'하면 왠지 '연장자'라는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나이 많으면 어른! 정말 그런가요?
소위 나이는 숫자의 개념이라고 말합니다.
이때 숫자의 개념은 '나이 들었다고 해서, 결코 젊은이들이 하는 일을 못한다는 법은 없다.
나이라는 숫자의 틀에서 벗어나, 본인이 원하는 일을 찾아 열심히 해라.'라는,
연장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일종의 캐치 프레이즈(Catch Phrase) 같은 것입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은 부정적인 의미로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 숫자만 먹은 것이죠.
40이든, 50이든, 숫자만 먹은 성인, 혹은 숫자만 먹은 나이 든 사람!! 이 될 수도 있습니다.
40이 넘어서도 아직 '성인'의 딱지 조차 떼지 못한 이들도 있습니다.
40을 훌쩍 넘었는데도, 아직도 부모에게 '빌붙어; 이보다 더 좋은 단어를 생각 못하겠네요'
사는 이들도 있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들은 '어른'은커녕, '성인'의 영역에도 발을 딛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이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나이라는 숫자'개념에 너무 얽매이진 않았으면 합니다.
자,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제가 생각하는 '어른'의 개념이 궁금하실 겁니다.
뭐 특별하진 않습니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국어사전의 정의와 거의 비슷합니다.
성인이란 자격을 갖춘 자로서, 자기 일, 나아가선 타인과의 약속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죠.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 의지' 전 이것을 어른을 일반 성인과 구분하는 기준점이라 생각합니다.
성인이지만, 어른이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죠.
저 역시 어느 범주에선 어른이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저 혼자 몸은 어떻게든 책임을 지고,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선 책임을 질 순 있지만,
전 가족이란 보금자리를 형성하고, 그들을 책임질 만큼 어른은 아니라는 걸 압니다.
그래서 전 결혼을 못하죠. 솔직히 말하면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아니, 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일어나기 싫어도 일어나서 가족의 생계를 위한 돈을 벌어야 합니다.
가장이 돈을 벌지 않으면, 가족의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죠.
전 그럴 자신이 없습니다.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죠.
자기 외에 누군가를 책임질 수 있을 때, 전 '어른'이란 단어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고 봅니다.
하지만 착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얼핏 들으면 가족을 이룬 모든 성인들이 '어른'이라 착각할 수 있는데, 결단코 아닙니다.
제가 보기엔, 어른이 되지 않는 상태로 결혼을 한 이들이 넘쳐납니다.
혹자들은 얘기합니다. "결혼하면 어른이 된다고. "
아니, 제가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는 경우도 물론 있죠. 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듣고, 직접 경험한 바로는
어른이 되지 않는 상태로 결혼한 이들의 가정생활은
그리 순탄치 만은 않습니다.
심지어는 자기 자신 조차 책임질 수 없는 이들이,
타인의 삶을,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책임지려다 보니, 슬픈 일들도 일어나곤 합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은 어떤가요?
여러분은 '어른'이 됐다고 생각하세요??
적어도 자기가 선택한 일이나 행동에 대해서 전부 책임질 능력과 준비가 됐나요?
쓰레기통이 가득 찼다고 바닥까지 빨아먹은 테이크 아웃 커피잔을 버리고 가는 사람.
혹은 쓰레기통 주위에 그냥 버려두고 가는 사람.
피울 땐, 온갖 똥폼은 다 잡더니, 정작 아무 데나 꽁초를 버리고 가는 이들.
아무 생각 없이, 준비 없이, 본능을 충실한 결과로 나은 아이를 버리는 부모라는 가죽을 덮어쓴 이들.
지키겠다고 약속해 놓고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어기는 이들,
심지어 기억조차 못하는, 아니, 안 하려는 사람들!!
이들 무리 속에 여러분은? 저는? 안 들어가나요??
우리 어른이 됩시다.
우리가 한 일에 대해, 하겠다고 다짐한 약속에 대해선 책임을 지는 '어른'이 됩시다.
세상 모든 일에 대해, 모든 사람에 대해 책임지라는 건 아니잖아요?
적어도, 나 자신의 삶에 대해, 내가 책임 질 의무를 지니고 있는 이들에 대해,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일과 더불어 앞으로 하겠다고 약속한 일에 대해..
여기에 덧붙여, 아주 사소한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위와 같은 행동들에 대해서도
책임질 수 있는 우리 '어른'이 됩시다.
숫자로만 나이를 먹은 그런 늙은이가 아니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