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내생각 Writing

나이가 들면 애가 된다??? 첫 번째 이야기

영어로 글쓰자! 영글탱글샘! 2019. 6. 15. 13:31

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 생각엔 그런 것 같습니다.

40대 중반인 제가 이런 말을 하면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제 경험과 타인의 경험을 빌어서 생각해봤을 때, 그런 것 같습니다.

 

40대 초반에 암수술을 받고 요양병원에서 머물고 있을 때였습니다.

같은 병원에서 저보다 훨씬 오랫동안 지내신 누님이 한 분 계셨는데,

뇌출혈로 인한 하반신 마비로 인해, 휠체어를 타고 다니셨지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무척이나 건강한 분이셨습니다.

전 그 누님과 대화하는 게 무척이나 즐거웠는데요, 유머 코드도 너무 잘 맞았고,

긍정적인 데다가, 누님의 삶에 대한 통찰력을 엿볼 수 있어서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분은 그 요양병원에 오랫동안 계셨는데, 같은 병실을 쓰는 분들이 거의 대부분

연세가 많은 분들이었습니다.

 

햇살 좋은 어느 봄날, 그 누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그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동생, 그거 알아요? 나이가 들면 에너지가 달리고 에너지가 달리면,

감정을 여과시키거나, 혹은 절제하지 못하고 곧바로, 그리고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게 돼서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겨요."

 


딸리다: 달리다(재물이나 기술,  따위가 모자라다) 잘못.


쉽게 말해, 에너지가 있으면 본인에게 기쁜 일이 있어도, 옆 사람 눈치도 봐가면서

적당히 기뻐하고, 티를 내거나 혹은 안내기도 한답니다.

혹은 화가 치밀어올라도, 어느 정도 참고, 한 템포 쉰 다음에, 분노의 감정을 어느 정도 추스른 후,

여과해서 밖으로 내보내는데,

나이가 들어 기력, 즉, 에너지가 달리면, 그런 모든 감정표현을 상대방의 상황이나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기분 가는 대로 내뱉는답니다.

마치 아이들이 아무 생각 없이 이런저런 말들을 내뱉듯이 말이죠.

그 결과는 당연히 상대방에게 많은 감정적, 정서적 상처를 남기게 되죠.

 

그런데 이 에너지의 부족이 꼭 연세가 많은 분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옆 병실을 쓰고 있던 형님 한 분이 항암치료를 받고 오셨는데,

에너지란 에너지는 바닥이 나서, 말할 힘도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그분이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자넨 아직 에너지가 넘치는구먼.

내가 만약에 항암치료받고 올라와서, 자고 있는데 저 영감탱이가 나를 그런 식으로 깨우면

난 아마 저 영감탱이를 가만 안 뒀을 거라고..."

 

무슨 말이냐면, 저와 같은 병실을 쓰고 계시던 영감님 한 분이 계셨는데,

그 병원에선 '싸움닭'으로 불리셨습니다.

늘 이 사람, 저 사람과 말다툼으로 하루를 보내셨던 분이죠.

생긴 건 참 점잖고, 잘 생기셨었는데...

그분이 꼭두새벽이면 가장 먼저 일어나셔서, 아직 꿈나라인 저를 깨우시려고

제 침대를 지팡이로 두드리셨죠.

전 그냥 못 들은 척하고, '무시 전략'으로 일관했었습니다.

그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던 형님들이라, 제게 그런 말씀을 하셨던 겁니다.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누님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알겠더군요.

전 화가 치밀어 올라도, 절제할 수 있고, 한 템포 쉴 수 있는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 노인분들은 쉽게 화내고, 쉽게 울고 웃습니다.

말 그대로 순수하게 감정을 표현하시는 것이죠.

제 방식으로 바꿔 말하자면, 감정을 여과할 에너지가 거의 바닥난 상태라,

아무 생각 없이, 감정에 충실하게 반응하는 것이라 할 수 있죠.

 

마치 애들처럼,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입니다.

타인의 시선이나, 여건을 고려할 에너지는 남아있지 않은 상태니까요.

 

이제 여러분에게 당부드립니다.

비단 이 이야기가 요양병원에 있는 나이 드신 분들이나, 중증환자 혹은 암환자들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일까요?  아닙니다. 결코!!

 

이 험난한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에너지가 바닥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어느 날, 운전하다 끼어드는 앞 차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육두문자를 입 밖으로 나오진 않나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다, 화가 나서 본인도 모르게 그만, 말을 함부로 하진 않았는지요?

 

친한 친구나 가족의 사소한 실수에도 엄청나게 화를 내며 과잉 반응했던 적은 없었나요?

만약 그랬다면, 여러분 역시 자신의 에너지가 바닥났다는 사실을 일단 인지하셔야 합니다.

 

에너지가 바닥난 상태에선 타인에게 심적으로, 혹은 물질적으로 큰 상처를 남길 수 있습니다.

좋은 음악이나 영화, 맛있는 음식, 좋은 사람과의 맛깔난 대화,

자신만의 힐링 장소나 맛집, 혹은 좋은 글들을 통해 바닥이 드러난 '에너지란 저수지'를 채우셨으면 합니다.

 

에너지가 바닥나면 여러분도 나이와 상관없이 아이가 될 수도 있다는 걸 기억하셨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