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를 하다 문득 드는 생각!
자동차를 물과 비누 타월로 깨끗이 씻고 난 후에는 극세사 타월로 차 표면의 물기를 제거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물얼룩이 남기도하고, 물이 마르기 전에 먼지가 달라붙어, 
세차를 한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손으로 직접 세차를 하다보니, 알게 된 내 나름대로의 팁이라면 팁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물기를 제거할 극세사타월을 미리 물에 적시고, 물기를 한 번 짜준 후
차를 닦으면 물기가 바로바로 흡수된다는 사실!!
"에이~그게 뭐 대단한 팁이야?"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테지만,
직접 손세차를 해본 사람들은 공감하는 부분이 많지 않을까 싶다.
잘 말려진 극세사 타월은 처음에는 자동차 표면의 물기를 전혀 흡수하지 못하고
물기가 수건 위를 겉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타월이 약간 젖으면서 비로소 물기를 흡수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수건을 물에 한 번 흠뻑 적시고 나서, 손으로 꽈~악 짜준 후,
물기를 닦기 시작한다. 당연히 자동차 표면이든, 유리창이든, 물기가 없어지는 게 눈에
확연히 드러난다.

순간 이 단어가 문득 떠올랐다!! 
'감수성(感受性; sensitivity)'
감수성이 있는 사람들은 누군가의 이야기나 행동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이 빠르다.
마치 살짝 물기를 머금은 극세사 타월이 차 표면의 물기를 순식간에 흡수하는 것처럼,

곧바로 타자(他者)의 감정을 흡수하는 것이다.
하지만, 감수성이 부족한 이들은 타자의 감정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리거나,
혹은 전혀 이해를 못할 수도 있다.
마치 너무나도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아, 바짝 말라버린 극세사 타월처럼....

살다 보면, 어떤 이유에서든 마음이 건조해지기 마련이다.
밖으로 드러난 피부가 건조해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감수성'도 메마르기 쉬운 것도 매한가지다.
피부가 건조하면 누구나 곧바로 알아차리고, 보습이라는 것을 해준다.
하지만, 마음이 메마른 상태는 눈에 보이지 않아, 곧바로 알아채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마음 역시 8월 극심한 여름 가뭄에 갈라져 가는 논바닥처럼
쩌~억, 쩌~억 소리를 내며 금이 가고야 만다.

감수성이 메마르면, 바짝 마른 극세사 타월이 자동차의 물기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듯,
마음 역시 타자의 이야기나 상황에 쉽게 젖어들지 못한다.
다시 말해, '공감(共感)이 안된다'는 것이다.

타인과의 만남에서, 관계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게 바로 이 공감하는 능력, 
혹은 공감하려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감이라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므로!

아무리 좋은 수건이라도, 처음에는 물기를 잘 흡수할 수 없지만,
몇 번 삶기도 하고, 세탁기에 돌리고, 세월을 거치다 보면, 샤워하고 나온 후
온몸에 남아있는 물기를 '순삭'시켜 뽀송뽀송한 피부로 만들어줄 만큼
내공이 있는 타월로 변모를 하는 것이다.
순삭; ‘순간 삭제’를 줄여 이르는 말로, 어떤 것이 매우 빠르게 사라짐. 
게임에서 캐릭터가 빠르게 죽을 때 쓰던 말에서 유래하였다.

감수성이 풍부하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메마르진 말아야겠다.
'내가 저 상황이면 어땠을까?'라는 물음으로 시작된다.
마르지 않는 감수성의 비밀은....

누군가의 이야기나 상황을 접할 때, 마음속 한 구석으로
본인도 모르게 "왜 저렇게 살지?, 왜 이렇게 안 하지? 왜? 왜?"라는
생각이 잠재해있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존재며,
자신이 실제의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의 양보다 많이 안다고 착각하고 있으며,
거기에 한 술 더 떠,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확증편향(確證偏向; confirmation bias)'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타자의 이야기를 접하는 순간 의식하지 못한 체, 듣고 싶은 이야기만 편식해서 듣게 되며,
공감은커녕, 판단하고, 심지어는 단죄(斷罪 )를 하기까지 한다.
한 마디로,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기를 머금지 못하는 수건은 사랑받지 못한다.
타자의 감정을 머금지 못하는 사람 역시 환영받을 순 없을 것이다.

'나라면 어땠을까? 얼마나 힘들까? 얼마나 행복할까?
나의 입장을 상대방의 입장에 놓아보는 것: 
Trying to put me in someone else's shoes

메마를 대로 메말라버린 자본주의 사회에서 메마르지 않은 감수성을 유지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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