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말이 아닌 또 하나의 언어를 배우는 입장이기에,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새로 배우는 언어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은 무작정 배우는 것보단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영어와 한국어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큰 언어라고 하지만, 전 50%정도만 동의하고 싶네요.
차이가 있어봤자 둘 다 언어일 뿐이며, 생각보다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그 큰 차이점엔 언어로서의 특징뿐만 아니라, 문화나 사고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차이도 있는 듯 합니다.
오늘은 과연 두 언어 사이엔 어떤 차이점과 공통점이 있냐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적어볼까 합니다.
일반 문법책에선 거의 다루지 않는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영어는 순서(자리값)에 민감한 반면, 한글은 토씨(조사)가 중요한 언어라는 겁니다.
물론, 이 말만 들으면 여러분의 반응은 당연히 '뭐라 하는거야?'겠죠? :-)
자, 늘 그랬듯 예를 들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우리말에서 조사라는 건 '그 남자'와 같은 명사 뒤에 붙어서 그 남자가 문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결정합니다.
아래 예문을 보시면 이해되실거에요.
'그 남자' + '는' = 그 남자는 → 주어가 됐네요?
'그 남자' + '를' = 그 남자를 → 이 번엔 목적어가 됐네요?
'그 남자' + '~에게' = 그 남자에게 → 받는 대상이 됐죠? 영어에선 간접목적어라고 불립니다.
자 어떤가요? '그 남자'라는 명사는 가만히 있는데 뒤에 붙은 '조사'에 따라 성분 자체가 바꿔버리죠?
이런 조사(순우리말로 '토씨')때문에 우리말은 아래처럼 순서를 바꿔도 전부 이해가 되는 신기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① 나는 그 남자에게 책 한 권을 주었다.
② 나는 주었다. 책 한 권을. 그 남자에게.
③ 그 남자에게. 나는. 책 한 권을 주었다.
④ 책 한 권을 나는 주었다. 그 남자에게 .
어떤가요? 물론 자연스럽지 않는 문장이 제법 있지만, 그래도 한국사람이라면 100% 이해할 수 있는 문장입니다.
이유가 뭔지 아세요? 그건 바로 위에서 말하 '조사' 때문입니다.
'나'라는 단어에 주어로 만들어 주는 '는'이란 조사가 붙는 순간, '나는'이란 단어는 문장 어디에 있어도
주어 대접을 받으면 지낼 수 있는겁니다.
마찬가지 원리로, '책 한 권'이란 명사에 '을'이란 목적격 조사가 붙는 순간, '책 한 권을'이란 덩어리는 문장의
어떤 위치에서도 '목적어'라는 성분이란 걸 우린 한 눈에 알 수가 있죠.
다시 말해, 우리말에선 순서가 그다지 중요하진 않습니다. 대신에 토씨, 즉 조사가 엄청 중요하죠.
물론, 순서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순서를 맘대로 쓰라는 말이 아닌 건 아시죠?
외국인들이 우리말을 배울 때 가장 어려움을 겪는 과정 중 하나가 조사를 붙이는 방법인 걸 감안해본다면,
우리에게 그렇게나 쉬운 조사가 한국말에서 얼마나 중요한 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아래 문장을 보세요. 조사가 얼마나 중요한 지 바로 아실 수 있을겁니다.
"나가 그 남자를 책 한 권에게 주었다."
어떤가요? 한국인이라면 어느 정도 고민은 해야 알아차릴만큼 조사의 사용이 심하게 잘못된 경우입니다.
그래도 고민해보면, 대충 "내가 그 남자에게 책 한 권을 주었다."라는 말로 조사를 수정해서 알아차릴 수 있을겁니다.
자, 여기까지 이해되셨나요?
우리말이 조사(토씨)어라는 것을?
이와 비교해서 영어라는 언어는 순서가 성분을 결정합니다.
단어의 길이에 상관없이 그 단어나 단어뭉치(덩어리)가 어떤 자리에 놓이느냐에 따라 성분이 결정됩니다.
자, 예를 보시죠!
You라는 단어를 모르시는 분들을 아마 없을 겁니다. 여러분 you라는 영단어의 뜻이 뭐죠?
초등학생이라도 알 수 있는 질문을 물어본다고 기분 나빠하시면 안 됩니다! :-)
당연히 이구동성으로 '너'라고 답하시겠죠?
그렇다면 아래 문장들의 해석을 함께 볼까요?
① You like me. → 너는 나를 좋아한다.
② He likes you. → 그는 너를 좋아한다.
③ They gave you a book. → 그들은 너에게 책 한 권을 주었다.
④ The thief robbed you of a book. → 그 도둑은 너에게서 책 한 권을 뺏아갔다.
자, 어떤가요? 신기하지 않나요?
1,2,3,4번 문장 모두 you라는 단어에 you(1), you(2), you(3), 그리고 you(4)라는 숫자가 할당된 것도 아닌데,
해석이 전부 바뀌었고, 성분 역시 주어, 목적어, 간접목적어 등으로 자동으로 결정되는 신기함을 맛봅니다.
왜 이게 가능할까요? 그건 제가 위에서 설명해드린 '순서'때문입니다.
you라는 명사가 like라는 서술어 앞에 오면 그 자리는 100% 주어의 자리입니다.
그래서 자동으로 주어가 되는 것이죠.
그런데 like의 앞이 아닌, 뒤로 you가 옮겨가는 순간, 곧바로 주어의 자격은 박탈되고, like라는 서술어가
좋아하는 대상(누구), 즉 목적어가 되는겁니다.
이해되시죠? 그런데 이렇게나 영어에서 중요한 순서를 바꾸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바로 말도 안 되는 문장(비문)이 돼 버리는 겁니다.
me you like. → 난 널 좋아한다.라고 한국어 어순으로 바꾸는 순간, 외국인은 곧바로 "What?"이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도통 우리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죠.
정리해볼까요? 우리말과 영어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우리말은 조사(토씨)어이고, 영어는 순서어(자리값)입니다.
그래서 영어를 공부할 때 이 순서의 규칙에 익숙해지면 생각보다 빨리 영어문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거죠.
지금은 우리가 1,2,3,4,5,6,7,8,9,10이라는 영어의 순서규칙을 모른다고 할지라도, 공부를 해나가면서
3,4,5라는 순서를 기억하고, 또 공부해 나가면서 1,2,3,4를 배운 후, 5,6,7,8,9도 배운다면
어느 순간 우린 자연스럽게 1,2,3,4,5,6,7,8,9라는 덩어리를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아직은 크게 와닿지 않으시죠? 한 가지만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영어에서는 '순서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다시 말해 단어가 놓이는 자리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지금은 당연히 여러분은 영어에서는 이렇게나 중요한 순서규칙을 전혀 모르는 상태이기에 2,4,1,3,5와 같은 말도
안 되는, 문법에 어긋난 영어단어의 나열을 할 수준이지만, 저와 같이 공부해나가면서 영어에서 가장 중요한 순서의
규칙에 익숙해지는 순간, 영어를 쓰거나 읽을 수 있는, 신세계를 경험하실 겁니다.
영어문법이 순서와 모양에 관한 규칙이라고 했었죠? 둘 다 중요하겠지만,
순서와 모양, 둘 중 어떤 규칙이 더 중요할까요?
네, 제가 생각하기엔, 무조건 순서의 압승입니다.
예를 들어 He like you.는 문법적으로 틀렸습니다.
3인칭인 주어 He가 왔기에, 서술어인 like에 반드시 s를 붙여 He likes you.라고 말해야합니다.
하지만 100%, 1,000% 원어민들은 이해합니다.
순서가 제대로 맞는 순간, 형태는 본인들이 어느 정도 감안해서 수정한 후 이해할 수 있게때문이죠.
He enjoy watch movies. 그는 영화 보는 것을 즐긴다. = 그는 영화를 즐겨본다는 이 문장 역시 100% 틀렸습니다.
당연히 3인칭 주어가 왔기에 enjoy가 아니라 enjoys라고 s를 붙여줘야됩니다. 게다가,
아직 설명은 안 드렸지만, 이 문장엔 '~다'가 2개죠? 그래서 진짜 '~다'인 enjoy(즐긴다)를 제외한 또 다른 '~다'인
watch(읽는다)를 watching(읽는 것, 읽음, 읽기)으로 바꿔줘야 비로소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이 됩니다.
하지만, 원어민은 고민도 않하고, 바로 알아듣습니다.
순서가 100% 맞았기 때문에, 이 정도로 형태가 틀린 것은 감안해서 수정 후 이해하기 때문이죠.
마치 우리말로 억지스레 옮겨보자면 나는 영화 본다 좋아한다. 정도가 되겠네요.
아마 원어민들 귀엔 이 정도로 들리지 않을까?하고 추측됩니다.
하지만 이 문장을 He movies watch enjoy.라고 하면 원어민들은 상당히 당황해서 아예 못알아듣거나,
혹은 알아듣는다 하더라도, 상당한 수고를 한 후일 것이기에 체력소모가 엄청날겁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여러분이 말하면 1분도 채 되기 전에 여러분과의 자리를 피하고, 다시는 말하고 싶어하지 않을겁니다.
그건 우리 한국인들도 마찬가지겠죠?
어떤 심성 좋은 사람이
"너 좋아하다 영화가 보까?"라고 말하는 외국인과 대화하고 싶겠어요? :-)
문법의 기본을 갖춰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거죠.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는 이 것 말고도 많지만, 그냥 가장 큰 차이를 말하는 수준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그 만큼 전 영어문법에 있어 순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고, 여기에 형태적인 면을 당연히 추가해서 익혀나가면
생각보다 빠르게 영어문장이 이해되기도, 그리고 영어문장을 쓸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드리는 걸로 오늘 수업은
마무리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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